테이스트 노트/막걸리

고소한 잣과 산미의 조화 걸쭉한 막걸리 ‘산가요록 옥지춘’

the부부 2023. 12. 20. 13:56

부부싸움을 했다

여러모로 화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맛있는게 먹고 싶었다. 아니 꼭 먹어야했다. 그래서 아껴둔 ‘산가요록 옥지춘’을 꺼냈다

잣막걸리, 밤막걸리, 옥수수막걸리 등 달달한 막걸리들도 좋아해서 옥지춘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.

또 고문헌의 기록을 토대로 550년만에 복원한 프리미엄 잣막걸리라는 타이틀에 기대감이 컸었다

리뷰도 안읽어보고
무조건 저세상 고소함과 저세상 달달함일 거라고 생각했고, 매콤한 안주에 저거 꼭 같이 먹자! 하고 있었는데 별거 아닌걸로 투닥투닥 싸워버렸다

그럼 혼자라도 먹어야지🙄

사실 같이 먹자고 먼저 손도 내밀었으나
단단히 화가 난건가 거절당했다



한잔을 따랐다


걸쭉하고 덩어리들이 들어있다
색감은 어두운 베이지? 같기도

쭉 들이켰다

예상한 맛은 아니었다
걸쭉한 술의 흐름이 느껴지고 그다음 산미가 확 느껴졌다

음?

그리고 잣의 고소함보다는 지방의 느낌과 씹히는 잣이 느껴졌다


처음엔 내 스타일이 아니다 싶었다
달달하지도 고소하지도 않았다
내가 생각한 맛이 아니야🥲


브리치즈를 구워 꿀을 올리고 견과류를 찹찹 올린 소중한 내 안주를 한입 먹었다

오 막걸리와 결이 맞으면서도 옥지춘의 산미 덕에 느끼함이 없어졌다

마시다보니 오히려 좋았다
안주와의 조화가 좋아서 주량보다 더 마셨다

오히려 예상밖이라 재밌고 도수가 높은편인데 부드러워
많이 마신것 같다

마시고 한숨 잤더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



부부싸움은?

시간이 지나보니
싸운게 오히려 좋았다
서로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요즘 바빠서 대화가 줄어든 우리에게 좋은 계기였나 싶었다

다시 맛있는 술 같이 먹어야지😋